[ANDREW's Travel] 라스베가스의 자존심 시저스펠리스호텔 (141부)

지금부터 9년 전 6월 어느날, 끝없는 하얀 백사장과 푸르른 태평양이 넘실거리는 비치로 유명한 켈리포니아 산타모니카에서 한 중년의 미국 남자와 젊은 한국 남자의 극적인 만남이 있었다. 바로 맨시니선수와 김지완씨였다. 지완씨는 임신한 약혼녀를 두고 라스베가스 시저스펠리스 호텔 특설링에서 WBA 라이트급 챔피온 도전경기중 14KO패 된 후 이 세상 떠난 비운의 복서 고 김득구 선수의 유복자 아들이었던 것이다. 지완씨는 멘시니와 만나기로 약속은 했지만 그 약속 날짜가 가까워지면서 만날까 말까 ? 하루에도 몇번씩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운동 중 돌아가신 아버지였지만, 멘시니라는 선수에게 어찌보면 맞아서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암튼 이 만남에서 맨시니는 김득구선수의 아들 지완씨가 훌륭한 치과의사가 되어 한국에서 번듯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이제 마음속 오랜 멍에에서 좀 벗어 날 수 있을 것 같아 홀가분하다고 했다. 27살 꽃다운 젊은 나이에 미국 라스베가스 시저스호텔에서 세상 떠난 헝그리 복서 김득구 선수 죽음 앞에서 지금도 한국민들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슬픔을 함께 한다. 그가 처절히 싸웠던 호텔특설링 자리였던 그 자리에는 훗날 호텔빌딩 이 증축되었다. 그 자리에 만들어진 24시간 카페에서 흘러 나오는 화려한 불빛들 만이 고 김득구 선수의 영혼을 달래주듯 긴 밤을 지세운다. 유명한 권투시합 경기를 많이 치렀던 이곳 시저스펠리스 호텔 콜로세움 음악전당 앞쪽 어둑어둑한 구석 자리에 한 복서가 글러브 끼고 서 있는 실제 선수 크기의 동상이 있다. 사람들은 무심코 지나간다. 바로 이 동상 주인공이 무하마디 알리도 아니고 조 프레이저도 아니고 인류 복싱 역사 속에서 가장 위대한 챔피온으로 누구나 꼽는 일명 갈색폭격기 조 루이스다. 1937년 헤비급 챔피온이 되고 나서 무려 12년 간 25차례 방어전을 모두 성공적으로 치른 선수이니 위대한 챔피온 임에는 틀림없다. 그는 엄청난 부를 축적했지만 재산관리에 실패하면서 그만 알거지가 되어 말년에는 바로 이곳 시저스펠리스호텔 정문 앞에서 택시 잡아주는 수위를 했으니 인생은 봄날 같이 꿈처럼 지나간다는 일장춘몽이요 부귀영화도 허황이라는 한단지몽이라는 고사성어가 이 선수를 의미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91년에는 타이슨이 훌리필드와 세계헤비급 타이틀 전을 이곳에서 치렀으니 암튼 시저스펠리스 호텔은 아주 오래전부터 세계적 이목을 끄는 빅메치의 중심무대였다. 암튼 갈색폭격기는 1981년 애석하게도 갑자기 심장바미로 사망한다. 또 한 명의 위대한 복서가 비참한 종말을 고했던 시저스팰리스 호텔 앞 택시 정류장에서 오늘도 갈색폭격기 조 루이스의 영혼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81년에 사망한 조 루이스 선수와 그 다음해 연속으로 사망한 김득구 선수의 명복을 빌어 본다. 그들은 비록 이 세상을 떠났지만 그래도 그들의 이름만은 지금도 모든이들에게 라스베가스 시저스펠리스 호텔과 함께 영원히 기억되고 있기 때문이다. 루이스는 미국인들에게, 김득구선수는 한국인들에게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위대한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다음 142부 계속)

 

Andrew Kim은 여행 및 사진작가로서 미국 전 지역에서 활동 중이며, 라스베가스 한국문화센터에서 미서부여행 소개와 안내도 한다. 대표 저서로는 인생은 짧고 미국은 넓다등이 있다. (투어문의: 714.625.5957 / 유튜브방송운영: HiAm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