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핫라인]-부모 간의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 마음 돌보기
김성경KAN-WIN 젠더 폭력 상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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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간의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 마음 돌보기]
아이들이 잘 자라려면 안전하고 사랑이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부모 간의 폭력과 다툼을 목격하는 아이들은 가정에서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합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직접 학대를 당하거나 폭력이 발생하는 것을 보지 않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고함소리나 비명소리, 혹은 부모 간에 감도는 긴장 속에서 아이들은 불안해 하고, 불안이 장기간 지속되면 일상적인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이 저하됩니다.
아이들은 폭력과 트라우마에 대해 다르게 반응합니다. 어떤 아이들은 회복력이 더 강하고, 어떤 아이들은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유아기의 어린 아이들은 갑자기 소변을 가리는 것을 어려워하거나 손가락 빠는 것, 투정 부리기, 혹은 말을 더듬는 등 불안의 징후를 보일 수도 있고, 심각한 분리 불안을 보일 때도 있습니다. 유년기의 아이들은 부모의 폭력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자신을 탓하기도 하고, 자신의 표현하기 어려운 부정적 감정을 복통이나 두통의 형태로 드러내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대인관계에서 공격성을 드러내거나, 혹은 반대로 움츠러들고 우울감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사회적으로는 남들이 모르는 가정의 비밀 때문에 친구들과 관계를 맺기 어려워하거나, 성장한 후 폭력적인 행동을 하거나 폭력의 피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물론 이러한 징후들의 원인이 단지 부모 간의 폭력에 노출되었기 때문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 폭력에 노출되는 것이 아이들의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아이들이 가정에서 폭력을 당하거나 부모 간의 폭력을 목격한 일을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자라면서 감정과 기억을 건강하게 처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부모나 주위의 어른들이 도와 줄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아이들의 신체적 안전을 보장하는 일입니다. 함께 안전계획을 세우고, 폭력이 발생 했을 때 아이가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어른이 누구인지 알려 줍니다. 일단 신체적 안전이 확보되면 그 다음에 할 일은 가정폭력에 대해 아이의 감정과 생각을 잘 들어 주고 공감해 주는 일입니다. 경청과 공감은 아이들이 부정적인 감정과 불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폭력은 아이의 잘못이 아니며, 또한 폭력을 당하는 사람의 잘못도 아니라는 것을 알려 주세요. 아이가 조금 안정된 후에는 건강한 관계와 바운더리에 대해서 설명해 주면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데 도움이 됩니다. 폭력이 포함된 관계는 건강한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 주고 건강한 관계는 서로의 자율권과 선택을 존중하고 정직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관계라는 것을 설명해 주세요. 친구를 사귀거나 후에 자신이 데이트를 시작할 때도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와 줍니다.
마지막으로 부모 이외에 신뢰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갖도록 도와 주세요.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한 아이가 온전하게 성장하도록 돌보고 가르치려면 이웃과 공동체의 도움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가까운 친척이나 이웃, 신앙 공동체의 건강한 어른, 학교나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의 카운슬러, 혹은 정신건강 전문가처럼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어른이 아이가 회복되도록 도와 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