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한 세대가 저문다

[이규섭 시인]

우리 세대를 일컬어서 컴맹의 마지막 세대
검정 고무신에 책 보따리를 메고 달리던 마지막 세대
굶주림이란 질병을 아는 마지막 세대
보릿고개의 마지막 세대
부모님을 모시는 마지막 세대
성묘를 다니는 마지막 세대
제사를 모시는 마지막 세대
부자유친(父子有親·아비와 자식은 친함에 있다)이라고 교육받았던 마지막 세대
자녀들로부터 독립만세를 불러야 하는 서글픈 첫 세대
좌우지간 우린 귀신이 된 후에도 알아서 챙겨 먹어야 하는 첫 세대가 될 것 같네요

카카오톡(카톡)으로 받은 작성자 미상의 글이다. 공감되어 공유한다. 하루에도 수많은 문자와 그림, 동영상을 카톡으로 받는다. 건성건성 보기도 하고 터치만 하고 스쳐 보내기도 한다. 가끔은 코끝 찡한 감동의 글과 만난다. 유명인의 이름을 도용한 글도 가끔 있다. ‘우리가 마지막 세대’라는 제목의 이 글의 필자는 70대 전후로 짐작된다. 실제로 내가 겪었던 삶의 풍경화와 닮아 공감이 간다.
컴퓨터는 신문 제작 시스템이 활자에서 전산으로 넘어갈 때 배웠으니 40여 년 됐다. 한글 워드프로세서가 난필(亂筆)인 나의 필체를 살려줬다. 독수리 타법으로 시작하여 양손으로 글을 쓰고 있으니 장족의 발전을 한 셈이다. 문제는 워드프로세서의 기능이 진화를 거듭하면서 숨 가쁘게 쫓아가기 버겁다. 새 기능에 익숙해지면 또 진화된 기능이 등장한다. 새 기능은 기억력의 한계로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 깜빡깜빡 잊기 일쑤다.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지를 결혼 이후부터 40여 년 모셨다. 홀시아버지를 정성껏 모신 건 내가 아니라 아내다. 직장생활에 바쁘다는 핑계로 돌볼 겨를이 없었다. 아내는 불편함을 내색하지 않았고 노인 단체에서 주는 효부 상도 받았다. 아들은 결혼 후 3년 동안 한 집에 살다가 분가했다. 아들에게 얹혀살지 않고 양로원에 가지 않고 건강하게 살다가 죽는 게 소망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땐 검정 고무신에 책 보따리를 어깨에 동여매고 학교를 다녔다. 4학년 때 읍내로 전학하면서 책걸상에 앉아 공부했다. 고무신에서 운동화로 바뀐 것도 그 무렵으로 기억된다. 요즘은 운동화가 패션이다. 이른바 ‘끝판왕’이라 불리는 한정 판매 운동화는 희소성 때문에 애호가들 사이에 큰 인기라고 한다. 화제가 된 운동화는 프랑스 명품 루이비통과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협업해 만든 단 한 켤레 ‘에어버스 1호 농구화’다. 4억 원에 팔렸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그 시절은 보릿고개 넘기가 깊은 산 깔딱고개 넘기보다 힘들었고, 살기가 팍팍해도 이웃 간에 따뜻한 인정이 오갔다. 농사도 두레로 상부상조하며 지었다. 들판에서 먹는 새참과 점심은 자연의 맛 그대로다. 요즘은 풍요롭고 살기 좋아졌지만 삭막하다. 한 세대가 그렇게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