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경제관념으로 인간의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

[정운 스님]

필자는 20세에 스님이 되어 강산이 4번이나 변했지만, 꿈에도 후회한 적이 없다. 특히 요즘 들어서는 스님이 된 것에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불자님들과 대화를 하거나 TV를 통해 부부로서 한 평생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느끼면서 홀로의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새삼 느낀다. 하기야 부부가 아니어도 인간관계가 삶에서 녹록지 않은 문제이다. 인간관계는 인생에서 가장 좋은 영향을 미치지만, 가장 상처받는 것도 인연에 의해서다. 며칠 전 신문에서 이런 내용을 보았다.

몇 년 전 조사에 의하면, 남편보다 아내의 소득이 높은 비율이 10%를 훌쩍 넘었다고 한다. 근자는 여성 인권이 높아져 더 많을 거라고 본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아내가 돈을 더 많이 벌면 부부 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아내가 훨씬 소득이 높아지면서 남편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자가 볼 때, 아내가 무시하기도 하지만 남편 입장에서 자괴감이나 자존감이 떨어져 스스로 위축된 것은 아닐까? 또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고 생각한다. 남편 입장에서 아내에게 ‘돈을 많이 벌어다 주니까 부인은 남편에게 당연하게 복종해야 한다’면서 아내에게 가스라이팅을 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부부가 아니라 가족 행사에서도 형ㆍ아우를 떠나 형제 가운데서 큰돈을 내는 사람이 큰소리친다고 들었다.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하지만, 상대 배우자가 존중 박탈감을 지속적으로 느낀다면, 반드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돈의 숫자로 인간의 가치를 평가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법구경>에 인간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인간은 뼈로 틀을 이루고, 살로 채워져 있으며, 그 안에는 피가 돌아간다. 그런데 그 마음에는 교만과 화를 내는 마음만 가득하다.”
인간의 육체는 금방 허물어질 모래성이건만 참마음이 아니라 교만심만 가득하다는 것이다. 인간이란 미약한 형체요, 가변성이 많은 존재이다.
사람은 아무리 화려해도 어느 순간에 초라함으로 변할 수 있고, 억만장자도 거리의 홈리스가 될 수 있다.
돈과 인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어느 누구나 영욕(榮辱)과 고락이 있는 법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자신이 부유하다고 상대를 무시했는데, 그 상대와 언제 뒤바뀔 줄 모르는 게 인생이다. 이 또한 무상하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이든 부부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가족 모두의 행복을 위해]어느 쪽이든 돈을 더 많이 버는 사람이 상대방에게 존중해 주고,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본다.
인간이란 미약하지만, 사랑하고 배려하는 이해심만 있다면, 저 하늘에 있는 신보다 더 위대한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내가 사랑받고 싶어 하듯이 상대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배려하려고 노력하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은, 돈으로 교만 부렸다면 그만 내려놓고 마음을 열어놓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