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세렌디피티를 위하여

[김재은 대표]

영국의 세균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은 상처를 감염시키는 포도상 구균이라는 세균을 배양하고 있었다. 하루는 실수로 배양균이 푸른 곰팡이에 오염된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곰팡이 주변에 포도상 구균이 죽어 있는 것을 본 그는 푸른 곰팡이가 세균의 성장을 억제한다는 것을 알았다. 

인류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의 발명 이야기이다. 우연한 발견이 위대한 쾌거로 이어진 것이다. 늘 뻔한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무료함이 이어지고 타성에 젖어버리는 게 인생살이이다. 그러나 우리가 소중한 인생을 그렇게 보낸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타성을 탈출하는 뭔가를 해보는 일이다. 

역사를 들여다보면 인류의 위대한 변화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그 중심에 있는 말이 바로 세렌디피티이다. 거의 10여 년이 다 되어간다. 우연히 어느 호텔 로비에서 친구 소개로 만난 사람이 있었다. 명함을 보니 회사 이름이 세렌디피티이다.

무슨 뜻인가 물었더니 한 번 찾아보라고 하면서 웃었다. 도대체 뭘까 하면서 찾아보았더니 ‘뜻밖의 행운 또는 예기치 않았던 즐거움’ 뭐 그런 뜻이었다.

사실 세렌디피티의 뿌리는 위의 페니실린처럼 주로 과학에서 찾아볼 수 있다. 노벨상을 창설한 알프레드 노벨의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그는 불안정한 액체 폭탄을 안정화하려고 갖은 노력을 기울이던 중, 어느 날 나이트로글리세린을 보관하는 용기에 구멍이 생겨 그곳에서 새어 나온 그것이 굳은 것을 발견했다. 

용기 주위에 있던 규조토가 바로 안정제 역할을 했던 것이다. 다이너마이트는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이외에도 나일론, 전자레인지, 비아그라 등 세렌디피티적 발명 등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세렌디피티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영국의 정치인이자 작가인 호레이스 월폴로 알려져 있다. 1754년 그는 친구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세렌디프의 세 왕자(The Three Princes of Serendip)’ 비유를 들었는데, ‘우연성과 재치를 통해 미처 몰랐던 사실을 발견하는 모습’의 의미로 세렌디피티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인간의 역사는 물론 개인적 삶은 우연의 연속과 그 우연 간의 필연적인 작용으로 이루어지는 게 허다하다. 

그런데 그 우연이라는 것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앉아 있어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작은 무엇인가라도 할 때 일어나는 ‘엄청난 결과’라는 것이다. 귀차니즘에 미루거나 방콕(방에 콕 박혀있는)적 삶에서는 어림없는 일인 것이다. 

십수 년 전 우연히 시작한 편지가 지금까지 이어지며 필자가 행복 디자이너로 살아가는 삶을 만들어 낸 것도 세렌디피티의 살아있는 증거이다. 비가 옴에도 누군가를 만나러 가거나, 조금 피곤해도 책을 펼쳐 읽거나, 기꺼이 친구에게 내가 먼저 안부 전화를 할 때 ‘뜻밖의 행운, 생각하지 못했던 즐거움’이 찾아온다.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 같지만 무시해버리는 삶의 비밀이다.

삶이 무료하거나 답답하게 느껴질 때는 뭔가를 해보시라. 엄청난 행운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기분전환’이라는 세렌디피티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신록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 지금 바로 문을 열고 저 숲속으로 걸어갈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 신발 끈을 매는 당신의 탁월한 선택에 큰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