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민 종교칼럼] 신구약 침묵기

구약 말라기서와 신약 마태복음서까지는 무려 4세기 간의 긴 침묵기가 있었습니다. 이 기간을 '신구약 침묵기'(The intertestamental period) 혹은 '포로기로부터 그리스도'(From the Exile to the Christ)까지로 부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역사적인 기간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구약 열왕기상하서를 통한 이스라엘 역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주전 6세기경까지의 세계강자는 느부갓네살에 의해 건국된 바벨론제국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이 때부터 세계역사에 관한 섭리를 그의 종 다니엘의 꿈 해석을 통하여 이처럼 계시하고 계십니다.

"왕이여 왕께서는 한 큰 신상을 보셨나이다... 머리는 정금이요, 가슴과 팔은 은이요, 배와 넓적다리는 놋이요, 그 종아리는 철이요 그 발은 얼마는 철이요 얼마는 진흙이었나이다. 또 왕이 보신 것은 사람의 손으로 하지 아니한 뜨인 돌이 그 신상의 철과 진흙 발을 쳐서 부서뜨리매 곧 쇠와 놋과 은과 금이 다 부서져 여름타작 마당의 겨 같이 되어 바람에 불려 간 곳이 없었고 그 우상을 친 돌은 거대한 산을 이루어 온 세계에 가득하였나이다."( 2:31-35)

이 같은 다니엘의 꿈 해설 속에는 바로 '신구약 침묵기'의 역사를 마치 한 페이지 그림처럼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다니엘은 신상의 그 순금 머리는 바로 바벨론의 느부갓네살 왕이라고 직역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바로 4세기 동안의 역사는 바벨론을 그 정점으로 시작하여 페르시아, 헬라, 로마제국까지의 역사와 정확히 맞아 떨어집니다. 따라서 우리는 비로소 신구약 공백기에도 세계 역사는 분명히 하나님 자신의 섭리와 그 스케줄에 따라 진행되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느부갓네살은 주전 605년부터 신 바벨론제국(갈대아)을 창건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곧 주변제국들을 지배하기 위한 정복과정에 유대왕국의 침공도 포함됩니다. 그런데 이 같은 느부갓네살 왕의 통치 속에는 하나님께서 자신을 배반하고 우상숭배의 길로 치닫고 있는 자기 백성들의 죄를 징치하시는 그의 도구로서의 역활도 포함되고 있습니다. 물론 하나님께서는 그의 선지자들을 보내셔서 자기 백성들로 하여금 죄로부터 돌이킬 것을 간절히 전하도록 하셨지만 그러나 왕으로부터 모든 종교 지도자들과 백성들은 자신들을 돌이키지 않았습니다. 결국 하나님께서는 그의 백성들에게 무서운 징계의 채찍으로 바벨론 왕의 손을 들어 사용하셨습니다. 물론 느부갓네살 자신이 이 같은 하나님의 섭리를 이해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하나님의 섭리를 충실히 따른 셈입니다. 그 당시 하나님의 메신저는 예레미야였습니다. 그는 바벨론의 침공을 예견하고 그의 백성들과 종교지도자들과 왕 앞에서 수 없이 경고했지만 그는 오히려 미움과 생명의 위협까지 받았습니다. 결국 하나님은 그의 징계의 손을 드셨습니다.

느부갓네살의 유다침공은 3차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악한 왕 여호야김 시대였던 BC 605, 느부갓네살은 1차 유다침공에서 수많은 백성들을 바벨론으로 이끌어 갔습니다. 다니엘과 그의 세 친구들도 이 때 포함됩니다. 7년 후 BC 598, 2차 침공은 보다 잔인했으며 약 10만 명의 백성들과 여호야김 왕과 에스겔도 함께 이끌려갔습니다. 마지막 BC 586, 시드기아 왕 때에 느부갓네살 군대는 직접 예루살렘 성까지 들어가 온 도성을 불태우고, 하나님의 성전까지 파괴시켜 버린 후 유다 귀족들과 상층 부류의 백성들을 모두 바벨론으로 사로잡아 가고 가난한 자들만 본토에 남겨두었습니다. 슬프게도 솔로몬 통치시대로부터의 그 화려했던 도성의 모든 영화는 하나도 남김없이 흙바닥 위로 모두 흩어져버렸습니다.

그러나 포로로 이끌려 간 유다백성들은 비로소 자신들의 하나님과 자기 조국과 백성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은 나라도 잃고 성전도 잃고 모든 영화도 다 잃었지만 그들이 잃지 않은 유일한 것이 바로 '하나님의 말씀'임을 깨닫습니다. 그들을 회당을 세우고 그 말씀을 더욱 연구하고 그 안에서 하나님의 진리와 섭리를 찾아내며 자신들의 믿음을 회복하기 시작합니다(시편 137). 한편 그들을 사로잡고 자기 조국을 짓밟은 느부갓네살도 하나님께서 징치하심으로 세계역사는 페르시아 시대로 바뀌게 됩니다. 그리고 다리오 왕에 의해 포로귀환 령을 내리게 하십니다. 그 다음에는, 알렉산더 대제를 일으키셔서 역사는 희랍제국시대로 바꾸시고 희랍문화 세계화와 함께 희랍어를 세계 공영어로 통일케 하십니다. 그리고 알렉산드리아를 유대인 학자들의 중심지로 만드시고 그들로 하여금 히브리어 구약을 세계 공영어 헬라어로 번역(70인 역)하도록 하심으로 하나님 말씀의 세계화 시대로 이끄셨습니다. 또한 신약까지도 모두 헬라어로 쓰이게 하심으로 신구약은 동일하게 세계 공영어로 널리 전파되게 하셨습니다. 다시금 로마시대로 세계를 하나로 통일하시고 그 시대에 마침내 약속하신 메시아가 탄생케 하심으로 기독교 세계화의 길을 예비하셨던 것입니다. 놀라운 섭리입니다.

이 같은 하나님의 섭리를 알 수 없던 역사가 토인비는 유대민족을 가리켜 '화석민족'(fossil nation)이라 했으며 유다와 그 민족은 역사에서 영원히 실종된 민족으로 여겼지만 그러나 살아계신 하나님과 그의 선민 이스라엘과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은 그 누구도 멸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복된 축복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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